아라비아 숫자의 등장

아라비아 숫자는 수학자 피보나치에 의해 1200년대에 처음 유럽에 소개되었어요. 그전까지 유럽에서는 로마 숫자를 사용하고 있었는데, 10진 법의 아라비아 숫자가 들어오자 로마 숫자 표기는 빠르게 자취를 감췄어요. 지금은 전 세계로 퍼져서 세계 공통으로 쓰는 숫자 체계가 되었죠.

소문자와 잘 어울리는 올드스타일

올드 스타일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가 도입된 초기에 디자인된 숫자에요. 숫자 소문자와 함께 번갈아가며 배치해 본 건데요. 비슷하게 생겼죠?

형태적으로 좀 더 자세히 볼게요. 소문자 x의 높이를 x height라고 하는데, 올드 스타일 숫자는 이 선을 기준으로 디자인이 되었어요. 덕분에 소문자 알파벳과 무척 조화롭죠? 외부에서 유입된 새로운 문자였지만 이런 정렬 덕에 본문 속에 숫자가 들어가더라도 자연스러웠죠.

Old style figure (상단) 와 Lining figure (하단) 의 비교

Old style figure (상단) 와 Lining figure (하단) 의 비교

시간이 흘러 1788년 Bell이라는 서체에서 처음으로 베이스라인에 줄 맞춤을 한 숫자 (이하 라이닝 숫자)가 등장했어요. 대문자 X의 높이를 CapHeight라고 하는데요, 이 높이의 3/4에 숫자를 맞춘 디자인이었죠. 높이가 정렬되고, 숫자가 커졌죠? 보기에 깔끔해서, 신문이나 광고 등에 쓰이기 시작했다고 해요. 라이닝 숫자로 넘어가는 첫 과정이었던 것이죠. 그 후에 이것이 발전해서 Capheight와 동일한 높이의 숫자가 등장하게 되었죠.

Bell Typeface

Bell Typeface

그렇다면, 올드 스타일의 숫자는 완전히 없어졌을까요? 그렇지 않아요. 오히려 현대에 들어서 또 새로이 개발되곤 해요. 심미적이기도 하고, 위에서 봤다시피 본문 글자와 숫자가 완벽히 어우러지기 때문에 이걸 더 선호하기도 하거든요. 한마디로 용도가 다른 것이죠. 안타깝게도 한글은 정방형 글자라서 올드 스타일 숫자와는 전혀 궁합이 맞지 않아요. 그래서 한글 폰트를 사용할 때는 보기 힘드셨을 거예요.

오픈타입의 등장으로 널리 쓰이다